
미국 주식시장에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다.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90일 관세 유예’ 선언 덕분이다. 갑작스러운 관세 유예 조치에 투자자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그간 움츠러들었던 주가는 단숨에 반등했다. 마치 숨도 못 쉬던 시장이 잠시 인공호흡기를 단 느낌이다.
하지만... 그 인공호흡기가 단 90일짜리라는 데 문제가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기
이번 관세 유예는 전형적인 트럼프식 ‘딜’ 전략이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휘청이고, 미국 내 소비자 물가도 슬슬 들썩이자 트럼프는 마치 "내가 해결사"인 양 전면에 등장했다. 관세폭탄은 잠시 내려놓고, 시장에는 ‘트럼프가 돌아오면 경제는 괜찮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이게 정말 시장을 위한 배려일까? 아니면 대선을 앞둔 일종의 ‘시간 끌기’일까?
냉정히 보면, 트럼프의 관세 유예는 ‘정치용 진통제’에 가깝다. 효과는 빠르지만, 지속력은 없다. 진짜 문제—미중 간 구조적 갈등, 기술 패권 전쟁, 환율 문제—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90일 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을 달래고, 동시에 월가를 ‘잠깐’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쇼의 일부일 뿐이다.

90일 뒤, 기다리는 건 냉정한 현실
문제는 그 90일이 지나면 어떻게 되느냐다. 트럼프가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선다면? 혹은 중국이 맞대응을 선언한다면? 시장은 지금의 반등분을 고스란히 반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소비재 업종은 이번 유예 덕을 가장 많이 본 만큼, 다시 타격도 클 수 있다.
게다가 연준은 여전히 긴축 모드고, 인플레이션은 아직 ‘끝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다시 말해, 시장은 두 개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하나는 트럼프의 90일, 또 하나는 연준의 금리 카드다.
투자자는 '짧은 반등'에 너무 취하지 말아야
주가는 숨을 돌렸지만, 진짜 숨통이 트인 건 아니다. 지금은 마치 화산 위에서 피크닉하는 것과 같다.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맑지만, 언제 다시 용암이 분출할지 아무도 모른다. 관세 유예라는 ‘좋은 뉴스’에 들뜨기보다는, 90일 뒤를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조정, 중국 관련 종목의 리스크 분산, 그리고 정치 이벤트에 휘둘리지 않는 냉정한 시각. 지금 필요한 건 ‘트럼프의 말’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다.
결론? 쇼는 계속되겠지만, 무대는 점점 흔들린다.
트럼프는 쇼맨이다. 그가 다시 백악관을 노리는 동안, 이런 깜짝 퍼포먼스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는 쇼의 관객이 아니라, 무대 뒤를 읽는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 주식시장, 지금은 90일짜리 ‘트럼프 특집’이 방영 중이지만, 다음 회차는 결코 평화롭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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